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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 “기획예산처 전성시대…비주류의 반란”이 회자되고 있다?

기사승인 2017.06.19  09: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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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공무원 사이에서 "기획예산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2차관에 옛 기획예산처 출신인 김용진 동서발전 사장이 9일 발탁되면서 기재부에선 부총리와 1, 2차관 모두 '기획예산처 라인'으로 채워지게 된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지난 31일 임명된 고형권 기재부 1차관 모두 기획예산처 출신이기 때문인데, 기재부 장차관이 모두 예산 라인으로 채워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기획예산처는 김대중 정부시절이던 1999년 예산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설립됐는데, 김영삼 정부시절이던 1994년 옛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통합돼 만들어진 재정경제원에서 예산파트가 독립돼 신설된 조직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8년 기획예산처는 옛 재정경제부(재경부)와 다시 합쳐져 지금의 기재부로 바뀐 상태이다. 기재부가 출범한 이후 장관은 주로 옛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출신이 맡아왔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김동연 부총리가 기획예산처 출신의 첫 기재부 수장이 됐다고 한다. 기재부 차관은 그동안 1차관은 재경부 출신이, 2차관은 기획예산처 출신이 맡아왔지만 고형권 차관이 1차관에 임명되면서 이 같은 '전통'도 깨지게 됐다고 한다.

기재부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기획예산처 출신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후광'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변 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낼 때 정책실장을 맡았는데, 김 부총리와 1, 2차관은 이른바 '변양균 라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있던 시절 김 부총리는 기획예산처 전략기획관을 맡았고, 고 1차관은 장관 비서관과 정책기획팀장을 지냈으며, 김 2차관은 당시 공공혁신기획팀장을 맡았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1차관과 2차관에 각각 임명된 고형권과 김용진도 주류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로 필리핀에 갔다가 3개월 만에 돌아온 고형권은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면 필리핀에서 공무원 옷을 벗었을 것이다. 

지역발전위원회 단장이라는 변방의 1급(관리관)을 잠시 하다가 공직을 떠난 김용진은 울산에 본사를 둔 한국동서발전 사장으로 갔다가 1년 반 만에 2차관으로 친정에 복귀했다. 모두 옛 경제기획원(EPB) 라인인 기획예산처 출신으로 꾸려진 이번 기재부 장차관 인사는 경제관료 역사에 ‘비주류의 반란’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마찬가지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변양균이 기획예산처 장관 때 비서관으로 데리고 있었거나, 노무현 청와대의 정책실장 시절 부하로 두었던 후배들이다. 창원대를 졸업하고 7급 공무원으로 출발한 이정도와 한양대를 나온 홍남기도 비주류였지만 성실함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남 통영 출신인 변양균은 거제가 고향인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과 청와대에서 함께 일하면서 친해졌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온 변양균은 노무현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차관→장관→대통령정책실장으로 승승장구했다. 

지난 대선 때 김대중 노무현 정부 장차관 인사들이 모여 ‘10년의 힘’을 조직해 대통령의 정책공약을 만들어낸 것도 그의 작품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변양균은 “여러 사람이 하도 부탁해 ‘10년의 힘’에 이름을 올려놨다”고 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가 ‘문재인 정부 경제팀’ 조각(組閣)에 얼마나 간여했는지는 드러난 게 없지만 유독 변양균과 가까운 경제 관료가 많은 것을 오비이락이라 하기 엔 석연찮다. 변양균을 둘러싼 인사 뒷담화가 관가에선 심심찮게 들린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변양균에 앞서 정책실장을 한 박봉흠은 “이들에겐 명문대 출신이 갖추지 못한 남다른 성실성은 물론, 일을 깔끔하게 처리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비주류로서 지난 정부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인사에서 물먹어 본 사람들이기에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요즘관가에서는 이들의 인선 뒤에 변양균 전 장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 경제부처 당국자는 “신정아 사건 여파가 있기 때문에 변 전 장관이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겠지만 뒤에서 실세 노릇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변 전 장관은 전직 관료 모임인 ‘10년의 힘 위원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다듬는 일을 도왔다. 지난 2012년 선거 당시에도 후원금 1000만원을 보내는 등 후방 지원을 계속 해왔다. 변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말기 청와대 근무 시절 ‘신정아 스캔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들의 약진이 관료사회에서 또 다른 패권주의나 완장 부대가 돼서는 곤란하다. 완장이 결코 ‘벼슬’이 될 수는 없는 지식사회다. 경제정책을 재정전문가에게 의존하고 거시경제나 세제, 금융을 도외시할 경우 견제와 균형을 갖춰야 하는 기재부가 집단사고의 위험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제부터 이들이 내놓는 경제정책이 과거 서울대 출신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요란했던 박수 소리도 하루아침에 잠잠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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