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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장·노년층은 형제·자매보다 친구·이웃과 친밀도가 높다?

기사승인 2017.08.07  10: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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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좋다”라는 속담은 빈말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장·노년층은 형제나 자매보다는 친구나 이웃과 더 친밀하게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박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이로 형제·자매보다는 친구·이웃을 꼽는 경우가 더 많았다.

지난 7월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8월 9일부터 한 달간 전국 만 35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노후준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갑자기 도움을 요청했을 때 기꺼이 도와줄 형제·자매가 있다는 응답은 56.1%('대체로 그런 편이다' 45.4%, '매우 그렇다' 10.7%)에 그쳤다.

이에 반해 16.1%('전혀 그렇지 않다' 2.3%, '별로 그렇지 않다' 13.8%)는 비상상황 발생 시 형제·자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보통'이라는 답변은 27.8%였다. 오히려 친구 및 이웃과의 친밀도가 형제·자매보다 높았다.

● ‘친밀도’ 형제·자매보다 친구·이웃이 높아 

갑자기 도와달라고 했을 때 친구나 이웃이 기꺼이 도와주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본 결과 전체의 3분의 2 정도인 62.5%('대체로 그런 편이다' 54.2%, '매우 그렇다' 8.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접촉빈도에 그대로 투영됐다. 형제·자매보다는 친구·이웃과 만나는 횟수가 더 잦았다.

최근 1년간 형제·자매와의 접촉·연락 빈도를 묻는 질문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30.8% △'3개월에 한 번 정도' 22.4% △'매주 한 번 정도' 21.8% △'6개월에 한 번 정도' 14.8% △'격주에 한 번 정도' 10.3% 등의 순으로 답했다. 이중 한 달에 1번 이상 연락을 주고받는 응답을 합치면 62.9%다.

● 10명 중 4명 “형제·자매와 한 달에 1번도 연락 안한다”

반면, 친구·이웃과 접촉·연락하는 빈도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31.6% △'매주 한 번 정도' 30.2% △'격주에 한 번 정도' 18.1% △'3개월에 한 번 정도' 13.0% △'6개월에 한 번 정도' 7.0% 등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1번 이상 접촉하거나 연락하는 비율이 79.9%로, 형제·자매보다 더 자주 접촉하는 대상임을 알 수 있다. 이밖에 마음을 털어놓고 가깝게 지내는 친구·이웃의 수는 2명이라는 응답이 30.1%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3명 24.4% △5명 12.3% △1명 11.9% △6명 이상 8.2% △4명 6.8% 등의 순이었다. 마음을 나누는 친구·이웃이 없다는 응답은 6.3%였다.

●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멀리 사는 친척보다 자주 얼굴을 보고 사는 이웃이 서로 잘 돕는다. 공업화 이전 농경 사회에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고, 마을 사람들끼리 품앗이를 통해 서로 농사일이나 관혼상제 등의 일을 도우며 살았다. 

근대화 이후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거주하면서 서로 이웃마저도 대면하기 힘들게 되었다. 이웃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속담이다. 줄여서 이웃사촌이라고도 한다.

이 속담이 정말 맞는 말 같다. 흔히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곤 하지만, 형제자매지간에도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자주 봐야 정들고 자주 봐야 친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영어에도 “A good neighbor is better than a brother far off.(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가하면 “먼 곳에 있는 물로는 불을 끄지 못하고 멀리 있는 친척은 가까운 이웃보다 못하다”는 외국 속담도 있고, 우리나라 속담에도 “세 닢 주고 집 사고 천 냥 주고 이웃 산다’는 속담이 있다. 모두가 가까이 있는 이웃의 중요함을 말하는 것인데, 가까이 살면서 자주 만나는 친구나 이웃들은 멀리 있는 형제나 자매보다 더 가까운 것이라는 증명이 아닐까?

그러나 요즘은 도시화에 따라 주거형태가 대부분 아파트로 바뀌면서 주민들은 고립적, 폐쇄적 생활을 강요받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웃과의 접촉이 뜸해지면서 공동체의식이 약해지고, 개인주의와 익명성이 강조되면서 가족, 친족, 이웃과 같은 집단 내 1차적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서로 이웃해서 살면서도 인간관계가 소홀해지다 보면 층간소음이나 주차 문제와 같은 갈등이 생기면 대화로 풀 수 있는 일도 폭행이 가세하는 시비 사건으로 번지거나 심하면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연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112로 신고하는 건수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는 이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민족이었다. 우리의 전통사회는 자연촌락을 단위로 하는 마을이 주를 이루었고, 마을 주민들은 생산과 생활유지를 위해 강한 결속력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근린집단 성격의 마을 안에서도 이웃들은 친밀한 사회관계 속에 노동력 교환이나 물품 대차, 길흉사 협조, 음식물 교환과 같은 사회적 협동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예를 들어 농번기가 되면 품앗이로 노동력을 교환하고 금전·농기구·가재도구를 서로 빌려주거나 공동으로 구입해 사용하기도 했다.

물론 오늘날은 옛날 전통사회에서 볼 수 있었던 이웃관계를 그대로 형성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노력 여하에 따라 이웃끼리 상부상조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웃은 황소를 가지고도 다투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요즘은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는 손해나 이익을 떠나 이웃끼리 서로 화목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물론 형제자매지간에도 지내기 나름이겠지만 우리들의 생활환경의 변화로 인해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보여 진다. 친구나 이웃들과 가벼운 인사말을 먼저 건네거나 관심을 가지고 이웃과 교류하다보면 층간소음이나 주차문제로 인한 다툼은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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