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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면 말하는 세상인가?…삼성과 언론의 ‘검은 유착’, 또 다른 음모는 없는 것인가?

기사승인 2017.08.10  09: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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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인들, 무더기로 삼성 前미래전략실 장충기 전 차장에 청탁문자
- 연합뉴스 상무가 삼성에 보낸 ‘충성 문자’등

삼성그룹 실세와 언론계 인사들이 어떻게 커넥션을 맺어왔는지 알려주는 적나라한 문자 메시지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삼성과 언론의 ‘검은 유착’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조정래 작가의 소설 ‘허수아비춤’을 보면 재벌그룹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광고를 달라고 애원하는 언론사 간부들이 등장한다. 오늘 우리는 소설 같은 현실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이 2016년 8월26일 오후 3시42분경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이 받은 문자 전문을 공개했다. 

이 문자는 앞서 시사인 517호 단독보도를 통해 공개됐으나, 언론사 이름만 등장하고 사람 이름은 가려졌다. 미디어오늘은 이를 전부 공개하는 것이 자본과 언론간의 검은 유착을 뿌리 뽑는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며 이를 전면 공개했다. 

“사장님, 식사는 맛있게 하셨는지요? 편집국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지 4개월…저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죄송스런 부탁드릴게 있어 염치 불구하고 문자 드립니다. 제가 편집국장 맡으면서 김영모 광고국장에게 당부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 ‘편집국장으로서 문화일보 잘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발 저한테는 영업 관련된 부담을 주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잘 지켜주는 듯싶더니 이번에는 정말 심각한지 어제부터 제 목만 조르고 있습니다. 올 들어 문화일보에 대한 삼성의 협찬+광고 지원액이 작년대비 1.6억이 빠지는데 8월 협찬 액을 작년(7억)대비 1억 플러스(8억) 할 수 있도록 장사장님께 잘 좀 말씀드려달라는 게 요지입니다. 삼성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혹시 여지가 없을지 사장님께서 관심 갖고 챙겨 봐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앞으로 좋은 기사,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김병직 배상” 

보낸 사람은 김병직 문화일보 편집국장이다. 문자의 목적은 8월 협찬 액을 올려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좋은 기사, 좋은 지면으로 보답한다”고 적었다. 협찬 액을 올려주면 삼성에 유리한 기사를 써주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문자에선 “식사는 맛있게 하셨는지요”, “죄송스런 부탁”, “염치 불구하고”, “관심갖 고 챙겨 봐주십시오”처럼 시종일관 편집국장의 저자세를 확인할 수 있다. 언론권력 위에 군림하던 삼성권력의 실체다. 

김병직 문화일보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시 문자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관련사실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김병직 편집국장은 “제가 국장하면서 기자하면서 주고받는 문자라는 게 엄청 많다”면서 “1년 전에 했던 것에 대해서 기억도 없다”고 말했다. 

장충기 사장은 또 하나의 문화일보 관련 문자를 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보낸 이가 김영모 광고국장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문화일보를 배려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5월을 무탈히 넘깁니다!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무엇이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소용될 일이 있으시면 하시라도 하명해주십시오.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일교차가 큽니다. 건강유념하십시오! 김영모 각골난망. ” 

사자성어 ‘각골난망’은 ‘은혜를 마음속에 깊이 새겨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명’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내리는 명령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은 종합일간지 광고국장이 하명해달라며 머리 숙여 감사해야 할, 그런 존재였다. 

▲ 2월17일자 문화일보 사설.

문화일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난 2월17일 사설을 통해 “그러잖아도 겹겹 규제로 지뢰밭을 걷듯 기업 활동하는 처지에 정치 리스크까지 가세해 기업을 옥죄는 판이다”라고 주장했다. 장충기 사장이 받은 문자를 보고나니 사설의 콘텍스트가 더욱 풍부해진다.

시사 주간지 <시사인>이 517호 커버스토리 ‘그들의 비밀 대화’에서 공개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의 문자 메시지 내용을 보면, 언론사 전·현직 간부들과 기자들 다수가 장 전 차장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개인 신상이나 자녀와 관련한 청탁을 하거나 정보보고 등을 했다.

시사인, 한겨레, 미디어오늘 등에 터진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과 연관된 문자 메시지 폭로로 언론계가 발칵 뒤집힌 상황이다. 이 배경과 관련해 언론계 일각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첫 번째 이재용 부회장 재판 구형과 맞물려 주요 언론들의 삼성 편들기 차단과 함께 언론 길들이기 하겠다는 게 핵심이라는 것. 여기에 특검 측에서 시사 인을 비롯한 한겨레, 미디어오늘, jtbc 등 이른바 진보언론 등에 흘려서 이번 재판에 영향을 주겠다는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 한 관계자는 언론사들의 광고국장이나 예산 만들어내야 하는 측의 인사들의 특히 언론 쪽에서 이른바 매출 만들어내는 일상적인 부분 까지도 공개했다는 그 배경에 의심이 될 수 없다면서 당혹스러움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특히 장충기 사장의 3년치 문자 등 폰에 담긴 메시지를 공개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언론계 일각에서는 이번 장충기 문자 폭로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의 언론계 길들이기와 삼성 길들이기로 단면을 주여 줌으로써, 특히 재계에는 삼성도 이렇게 당하고 있다는 것과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이나 아젠다에 협조하라는 암묵의 경고 메시지라는 것이다. 

언론계에 대해서는 이른바 주류 언론-보수 언론들에 대해 길들이기 차원과 보수언론 민낯의 오픈된 이상 문재인 정부가 언론 새 판짜기 명분 다지기와 공영방송까지 다 잡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진보정권의 장기집권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삼성공화국의 실체가 드러나 통쾌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마이너 언론 등에서는 이번 폭로가 삼성이 언론 위에 있고 권력 위에 있음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로 그동안 언론사로써 대우 받지 못한 마이너 언론 등에서는 이번 기회에 콧대 높은 삼성의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폭로에 대해 상당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재계의 고위 관계자는 언론사들도 기자들의 월급과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입장도 고려돼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언론과 기업과의 불신이 더욱 커질 것이고 아울러 그동안 삼성에서 담당했던 주류언론의 협찬과 광고가 빠질 경우 여타 다른 그룹 등이 분담해야 하는 고통과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또 다른 폭로 터져 나온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이번 일로 진보언론이 마치 자신들만이 정의롭고 공익적이라고 포장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사실상 더욱 악질적으로 구는 것이 그들인데 마치 자신들이 투사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정말 후안무치하다는 비판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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