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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대통령 한·미 FTA·SOFA협상에 “미친 사람 이론” 적용한다?

기사승인 2017.10.10  10: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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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5년 만에 개정 협상에 착수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미국 측이 자동차, 철강, 기계 등 상대적으로 적자폭이 큰 부분에 대해 개정 요구를 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양국 간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최근 트럼프 美대통령은 라이트하이저 美무역대표부(USTR)대표에게 “당신에게 30일의 시간을 주겠소. 당신이 만약 그사이에 한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지 못하면 나는 협정을 폐기할 것이오”라는 말에 라이트하이저 美무역대표부 대표는 “잘 알겠습니다. 제가 한국 사람들에게 30일의 시간을 주겠다고 말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트럼프 美대통령은 “아니오, 아니오. 협상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오. 당신이 한국 사람들에게 30일의 시간을 주겠다고 말하면 절대 안 돼요. 한국 사람들에게 말하세요. 그 사람(트럼프 대통령)이 진짜로 미쳐서 당장 협정을 폐기할 것이라고 말이요. 당신은 그런 식으로 말을 해야 해요. 그런데 나는 진짜로 그렇게(한·미 FTA 폐기) 할 수 있어요. 여러분들 모두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해요. 한국 사람들에게 30일 얘기는 꺼내지도 마시오. 그런 말을 하면 한국 사람들은 그 시간을 연장하려고 들 것이 아니겠소.”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미친 사람 이론’(madman theory)에 기반을 둔 ‘불예측성(unpredictability)’을 외교 전략 기조로 삼아 우리나라에 적용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나서라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美무역대표부 대표에게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미친 사람 이론(madman theory)’이란 적에는 우리가 미친 사람처럼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모습을 보이고, 동맹국엔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모습을 보여야 적을 혼란에 빠뜨리고 우방국을 쉽게 조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이론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이용했던 외교 전략으로 대통령이 미친 사람이여서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이미지를 상대국에 심어줘 상대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외교 전략이다. 북한을 상대로 트럼프 美대통령이 줄곧 쓰는 ‘미친 사람 이론’을 동맹인 한국과의 한·미 FTA와 주한미군주둔군지위(SOFA) 협상에서도 써먹으려는 셈이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인 악시오스(Axios)가 10월 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美대통령은 지난 달 백악관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美무역대표부 대표에게 한국에 FTA 즉각 폐기를 통보할 것을 지시했다. 이 자리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소니 퍼듀 농무장관 등이 참석해 FTA 관련 논의를 한 회의였다고 한다.

美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이러한 트럼프의 협상전략에 대해 “단점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매체는“많은 전 세계 지도자들은 대통령이 미쳤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미친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을 자신의 자산이라고 보고있다”면서 “이 같은 수사는 동맹을 불안하게 하고 (북한 등) 적국에는 불필요하고 비의도적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북한 완전 파괴’라는 ‘말 폭탄’을 던진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떠올렸을 것이다. 물론 그의 발언은 다짜고짜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 ‘완전 파괴’ 앞에는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 조건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은 ‘방어’를 위한 전쟁에만 염두를 둔 것이 아니다. ‘예방’ 전쟁도 고려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건 북한도 마찬가지다. 일단 트럼프 미대통령의 언행은 ‘미친 사람 이론’에 따른 것이다.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지?’라는 공포심을 상대방에게 주입시켜, ‘내가 두려우면 내가 하자는 대로 해!’라는 강압외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북한은 핵미사일로 미국과 맞서겠다는 것이다. 그런 북한과 경제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 않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북 핵과 미국의 말 폭탄’이라는 이중 공포에 노출된 한국을 두루 겨냥하고 있다. 

북한엔 ‘핵이냐 생존이냐’를, 중국과 러시아에는 ‘북한과의 무역 단절이냐, 아니면 한반도 전쟁이냐’ 가운데 양자택일을 강요하려고 한다. 그리고 정작 동맹국인 우리나라를 상대로는 돈벌이를 극대화하려는 계산도 분명히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의 말 폭탄에 북한 리수용 외무상은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받아쳤다. 이 발언 속에는 ‘짖는 개한테 물리지 않으려면 몽둥이를 확실히 들고 있어야 한다’는 결기가 내포돼 있다. 

세계 최강의 핵보유국 미국 지도자의 ‘말 폭탄’이 북한의 ‘말 폭탄’ 생산에 거름이 되고 있는 셈이다. ‘미친 사람 이론’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중국과 러시아가 트럼프의 발언에 움찔해 대북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리도 만무하다.

그런데 우리의 처지는 그들과 다르다. 아마도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미행정부의 극단적인 선택을 예방해야 한다는 부담을 더 강하게 느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트럼프 미행정부는 바로 그 부담감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포 마케팅을 통해 무기판매를 최대한 늘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고 하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현금자동지급기(ATM)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게 실패하면 군사옵션을 강구할 것이다”라고 줄곧 밝혀왔다. 문제는 조건부 대화고수, 대북제재 및 무력시위 강화, 중국책임론 등으로 이뤄진 외교적 접근이 이미 실패했고 앞으로도 실패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친 사람’을 자처하는 트럼프 미대통령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일단, 미국 앞에서 오금을 펴지 못하는 ‘공미증’(恐美症)에서 벗어나야 한다. 트럼프에 대한 두려움이야말로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이고, 한국을 길들이는 유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동시에 미국 발 ‘전쟁불사론’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평화적 해결’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외교적 접근을 새롭게 짜고는 트럼프 미대통령과 얼굴을 붉히면서라도 설득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미FTA협정이나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놓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 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도 허용할 수 있을 듯이 말한다. 트럼프 미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군사적 조치로 핵시설을 날려버릴 듯이 말했다가도 일말의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다든지, 우리에게는 이미 ‘불예측성’ 외교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이를 토대로 비핵화의 문을 연다면, 트럼프 미대통령은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우는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도 촉구해야 할 것이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이게 지금 우리가 처한 대한민국의 ‘운명’이 아닐까 싶다.

김쌍주 주간 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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