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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노동이사제’도입에 긴장하고 있다?

기사승인 2017.12.04  09: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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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또 다른 태풍의 핵이 등장해 긴장하는 눈치다. 바로 노동이사제 도입 조짐이 일면서 금융권 노동이사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발단은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11월 20일 지분 9.68%를 소유하고 있는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KB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부터다.

일단 경영권 훼손을 우려하는 절대 다수의 외국인 주주(68%)가 반대의견을 표명해 이날 부결됐지만,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계획이어서 민간부문으로의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핵심공약 중 하나로 정부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하도록 공공부문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민간 기업에 확산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미 통상임금 및 근로시간 단축 등의 문제로 허리가 꺾일 지경인 재계로서는 또 하나의 골치 아픈 이슈에 맞 딱 드릴 공산이 커지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노동자 추천 이사제'도입을 민간금융회사에도 권고할 방침이라는 소식에 이어 KB금융지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노조가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찬성의견을 내면서 더욱 거세졌다. 도입 결정이 난 것도 아닌데 야단법석이다.

과도한 경영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논평부터 국민연금이 노조에 편향된 의견을 내 당황스럽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발언권과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이사회 멤버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법률과 정관이 정하는 대로 회사의 중요한 결정과정에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1970~1980년 이후 서유럽, 특히 독일에서 '노사공동결정제'라는 개념으로 널리 활용되는 의사결정 거버넌스(governance)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노동이사제 철학적 배경은 영·미식 가치관과 차이를 보인다. 영·미식 기업지배구조는 주주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반면, 노동이사제는 국민과 근로자를 공공기관과 기업의 중요한 이해당사자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한쪽은 기업과 관련된 당사자의 범위를 넓게 보는 반면 다른 쪽은 주주로 한정한다. 이에 노동이사제에 반대하는 일군은 한국의 기업이 영·미식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편다. 한국에도 노동이사제가 도입됐다. 2016년 9월 서울시는 '근로자 이사제'를 도입해 근로자가 100명 이상인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노동자 대표 1~2명이 이사회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들었다. 올해 7월 첫 노동이사가 탄생했다. 

물론 한국의노동이사제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 반대하는 쪽의 목소리는 여전히 거세고, 긍정적 성과를 거둔다고 해도 법제화가 안 된 탓에 민간 기업으로 얼마나 확산될지도 미지수다. 

KB노조도 그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했던 만큼 논쟁과 토론의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성의 참정권 확대는 1893년 9월 뉴질랜드에서 시작해 2015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고 있다. 120년이 넘는 시간, 기득권의 견고한 헤게모니를 해체하는 과정은 매우 지난하고 때로 수많은 좌절을 안겼다. 과거 비극적 공멸의 이면엔 반드시 폐쇄적 의사결정과 패거리 문화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은 이제야 옹알이를 시작했을 뿐이다. 더디더라도 갈 길은 가야한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저작권자 © 선데이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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