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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우리에게 친구인가? 적(敵)인가?

기사승인 2017.12.07  1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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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부, 잇단 중국의 사드공세에 속앓이

사드 갈등을 봉합한 한·중 양국 정부의 지난 10월 31일 합의 이후에도 중국이 계속해서 사드문제를 끄집어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는 신뢰가 깨질 수 있다며, 사드추가배치와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라는 ‘3불 조치’ 이행을 촉구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최근 발언에 힘을 실어주며, 공세에 나선 것이다.이처럼 중국이 계속 우리 외교라인에 사드문제를 제기하는데, 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 대신 속앓이만 하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중국의 계속되는 공세에 항의나 사드철수 불가재확인 등 단호한 대응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외교부 안팎에선 내년 평창 올림픽 시진핑 주석 방한과 이달 한·중 정상회담 성공개최를 위해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며 저자세 외교를 펼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급변하는 주변국 정세에 한국은 마치 방향타를 잃고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발표 후 `보이지 않는 손`이 계속해서 작동했다.

중국이 강국으로 떠오르고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중국이 더 중요하다’와 ‘한·미·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를 놓고 백가(百家)가 쟁명(爭鳴)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중국의 부상이 21세기 세계질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여러 쟁점이 있다. 중국이 정말 강대국인지 먼저 확인해야 할 것 같다. 중국이 미국에 필적하거나 미국의 영향력을 대체할 강대국이라고 보느냐는 것이다.

앞으로 30, 40년 동안 국제정치의 핵심 화두가 중국일 것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전에도 미국 쇠퇴론은 종종 나왔다. 1970~80년대에도 쇠퇴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강대국의 흥망’을 쓴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쇠퇴론이 제기됐으나 그때마다 미국은 다시 살아났다. 2008년 이후 하강론, 쇠퇴론이 부활하고 있다. 중국의 외교도 2008년 이후 공세적으로 바뀌었다.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은 사실이다. 구매력 평가지수(PPP)로 환산한 경제력을 보면 그렇다. 그럼에도 중국의 상대적 국력 상승이 앞으로도 지속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미국의 군사력은 중국의 4배 내지 5배에 이른다. 소프트 파워, 즉 연성권력에서도 미국이 중국보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다. 2000년대 후반 셰일 오일 혁명이 일어나면서 에너지 자립을 도모하게 됐다는 점도 미국에 고무적이다. 중국은 아직도 외부 수입으로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부패, 환경오염, 복지 등 내부 도전은 중국이 권력을 밖으로 투사할 때 제약요인이 된다. 경제성장률도 7%, 6%대까지 내려갔다. 

4차 산업혁명이 회자되고 있다. 과학기술에서 혁신을 이뤄내려면 질 높은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중국은 아직 교육제도에서 미국에 필적하기 어렵다고 본다. 과잉투자와 금융섹터 버블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앞으로 큰 관심사다. 중국이 적어도 20~30년간은 미국에 필적하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중국이 가까운 장래에 세계정치 차원에서 미국을 대체할 슈퍼파워가 되긴 힘들다고 본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대외전략도 글로벌 차원에서 패권을 추구하기보다는 아시아지역에 거점을 둔 지역패권을 꿈꾸는 게 아닌가 싶다. 미국은 상대적 쇠퇴를 지속하고 중국은 상대적 상승을 이어가리라는 단선론적 추론은 위험하다고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외전략은 경제적으로는 보호주의, 외교적으로는 고립주의라고 하겠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약화되고 중국은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의 지난 오바마 행정부의 재균형 전략은 최근 1~3년 사이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힐러리 클린턴마저 대선과정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지지를 철회하는 방향으로 견해를  바꿨다. TPP 추진이 재균형 전략에서 경제의 축 구실을 했었다.

필리핀 같은 경우는 미국이 말로만 재균형을 이야기했지, 중국의 점증하는 압력과 영향력 확대에 무력함을 드러낸 것에 불만을 가졌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친중적 행보를 보이면서 미국과의 협력기조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 필리핀이 미국, 중국, 일본을 상대로 ‘딜’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아시아로 회귀하겠다’는 지난 오바마 미행정부의 재균형 전략은 차질을 겪었다. 비판적인 이들은 말로만 재균형 전략이지 실체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주지하듯 트럼프의 행동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후보시절 발언만 봤을 때는 ‘고립주의’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실리위주 외교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미국의 대외적 영향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예측해볼 수도 있다. 유럽에서 생기는 힘의 공백은 러시아가, 한·미동맹·미·일동맹이 약화할 경우 생기는 힘의 공백은 중국이 파고들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트럼프 미행정부가 출범이후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한다.

국제정치 질서가 다극화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점점 더 빠르게 다극화 쪽으로 흐르지 않을까 싶다. 아시아에서도 중국의 역할이 커지는 것을 의식한 일본과 인도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늘리려 할 것이다.

또 하나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는 트럼프가 재균형처럼 일관된 전략은 아니더라도 일이 터질 때 강한 리더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그때그때 중국에 공세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 러시아와는 관계가 개선될 수도 있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앞서 얘기한 힘의 공백이 커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도 트럼프 미행정부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에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듯하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이후 강경외교로 전환한 것에 대한 반성도 나오는 듯하다. 강경 외교가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얘기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의 대외정책이 주도적이면서도 적극적인 방향으로 전개돼왔다. 베이징의 대표적 대외정책이 미국과 ‘신형대국관계’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중국이 말하는 신형대국관계란 과연 무엇일까.

정치학자들은 국제정치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권력개념의 틀로 살펴봐왔다. 패권국가의 장기적 추세는 권력이 성장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쇠퇴하는 국면을 맞는다는 것이다. 16~17세기 이후 유럽사만 보더라도 그런 현상이 나타났었다. 16~17세기에는 포르투갈, 스페인이 패권국이었고, 18세기로 넘어오면서 네덜란드와 같은 나라가 부상했다. 19세기는 영국, 제2차 세계대전 이후는 미국의 시대가 되었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적 위상에 도전하는 상승국가라는 사실은 우리가 다 아는 바다. 오늘날의 중국처럼 경제력이 굉장히 급성장한 국가는 일반적으로 좀 더 중요한 정치적 역할을 하려는 욕구를 갖는다. 기존의 대국은 정치적 역할을 강화하려는 상승대국의 외교를 수용하기가 어렵다.

상승대국의 요구를 수용하면 기존대국 스스로의 영향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승대국과 기존대국의 긴장을 어떻게 풀어 가느냐가 ‘세계 평화가 가능 하느냐, 가능하지 않느냐’의 관건이다. 100여 년 전 일어난 제1차 세계대전이 갈등을 풀어내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중국이 ‘100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게 사실인 것 같다. 중국이 신형대국관계를 제안한 것은 ‘과거의 강대국이 일으킨 것과 같은 불행한 사태를 재연하지 말자’는 함의를 담았다고 보아진다.

‘상대국의 핵심이익과 중요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 ‘상호이익이 되는 협력을 심화하고 지구 이슈에서 협력조정을 강화하자’고 했었다. 신형대국관계에 대한 미국 쪽의 일반적 해석은 국력상승에 자신감을 가진 중국이 미국보다 더 많은 레버리지를 가졌다고 믿고 미국에만 양보를 요구하려 들고 나온 캐치프레이즈라는 것이다. 

중국 스스로는 내주는 것 없이 대만,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의 양보만 얻어내려 한다는 얘기다. 그 한 예로 ‘대만에 무기를 팔지 말라’, ‘중국의 영토분쟁에 개입하지 말라’, ‘티베트와 신장문제에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중국이 핵심이익이라고 여기는 것들이다.

중국은 핵심이익, 중요 관심사외에도 문화적 차이도 존중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의 정치체제를 비판하지 말라는 뜻이다. 문화적 차이라는 표현을 확대해 해석하면 미국이 가진 가치와 신념에 따라 2차 대전 이후의 국제질서를 만들었고, 그 속에서 중국이 발전한 게 사실이지만, 중국은 이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구와 다른, 이른바 중국적 가치와 신념체계를 바탕으로 국제질서를 만들어가겠다는 뜻으로까지 해석할 수 있다.

시진핑 시대 중국 외교정책의 또 다른 기조는 주변국 외교 강화이다.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인의 힘으로 해결하자’며, 중국과 주변국의 관계는 운명공동체 같은 언급이 잦다. 한국도 중국의 주변국이라 이 같은 언급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주변국 외교 강화정책은 지역패권국가가 되겠다는 야심에서 비롯했을 수 있다 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 중국이 세계패권을 지향한다고 보진 않지만, 지역차원에서 선두주자, 대표주자 역할을 하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같은 맥락에서 주변국 외교를 강조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아메리카 대륙국가면서 동아시아 국제정치에 깊숙하게 개입해온 미국의 영향력을 동아시아 밖으로 밀어내야겠다는 의도를 가졌으리라고 본다.

 중국의 북한 통제의지 모호

중국은 한·미동맹, 미·일 동맹이 약화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철저히 경계하면서 미국에 접근하고 있기에 중국이 주목하는 대상은 한·미동맹일 것이다.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여지가 있다고 보고 대한국외교를 펼쳐왔다고 보고 있다. 한·중 간 교역 액수가 한·미, 한·일 간 교역액수를 합한 것보다도 커져버린 상황이라 경제적 힘을 레버리지로 삼아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 게 아닌가 싶다. 일본과의 역사문제도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올 수단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요약하면, 한국을 미국과 중국 사이 중립지대로 끌어올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전까지 한국에 대해 포용적 외교정책을 펼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박근혜 전 정부 초기 3년 동안 중국의 이 같은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사드배치 결정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대가 복원되는 추세다. 시진핑의 외교전략이 실패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중국의 정치지도자들이 북한의 안보위협에 대해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자기네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북한의 핵은 한국에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위협은 사활과 관련됐기에 한·미동맹은 약화하기 힘들다 할 것이다. 대북제재가 굉장히 강하게 들어가는데도 북·중 간 교역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한국은 어떤 생각을 할까. 중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드배치의 경우는 북한의 핵을 억지하는 차원에서 들여온 것이기에 북한이 위협을 제거할 때까지만 배치한다는 조건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중국에는 ‘한·미동맹을 약화하려 하지 말라’, ‘미국에는 중국을 포위하는 연합전선에 참여하라’고 요구하지 말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가진 전략적 인식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2017년 현시점에서 중국은 북한을 어떻게 인식할까. 임진왜란, 청일전쟁, 6·25전쟁에 참전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은 한반도를 전략적 완충지대로 여겨왔다. 

북한의 지정학적 역할에 대한 중국의 인식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변화는 게 없다고 본다. 다만 시진핑 집권이후 북한을 다루는 방식은 바뀌었다. 김정은의 행보를 보면서 북한을 통제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해진 것처럼 하다가 최근에는 할 만큼 했다며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 손자병법 닮은 중국의 외교전략

중국은 완충지대로서 북한체제 존속을 바라고 있다고 보여 진다. 한국의 동맹인 미국의 영향력이 한반도 북부에까지 미쳐 압록강, 두만강에서 미군과 맞닥뜨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중국의 전략적 판단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중국에 북한은 미국을 막아주는 방파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중국에 ‘당신네들에게 부담을 주는 북한을 끌어안고 현상유지를 하는 게 나은지, 아니면 통일한국이, 예를 들어 ’휴전선 북쪽에 실질적 의미의 완충지대를 만들어주는 경우가 더 유리한지 생각해보라’, ‘통일이 되더라도 당신네들이 원하지 않는 전략적, 외교적 선택을 하지 않을 테니 협조하라’, ‘휴전선 이북지역에서는 미국 지상군철수도 고려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의사를 표명하는 것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중국과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중국인과의 협상에서 이기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중국외교도 비슷한 것 같다. 중국외교의 협상태도나 전술적 측면에서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런 특징이 미국 등 서방국가의 외교방식과 특별히 다른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택동이 마르크스, 레닌보다 손자병법의 영향을 더 받은 사람이라는 평가도 있다. 중국은 전쟁을 할 때도 군사적 요소에 앞서 정치적, 심리적 요소를 굉장히 강조해왔다. 서구의 전략가들은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에만 집착하는 데 비해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심리적 차원, 정치적 차원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것을 중요시한 것이다.

이 같은 전통이 지금도 중국외교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방중 했을 때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동맹은 냉전시대의 역사적 유물’이라고 발언했다. 이 같은 발언이 전형적 심리전이다. ‘환구시보’ 등의 한국 관련 논평도 심리전 성격이 강하다고 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으로는 중국이라는 급행열차에 올라타려 하고, 군사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분열증을 겪고 있다는 논평은 한국과 일본이 부담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중국에도 협조해야 하는 것 아니냐?’ ‘중국과 더 가까워져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한국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 수많은 나라가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협력하면서 정치·군사적으로는 미국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탐색전에도 능한 중국의 외교전략  

중국과의 외교는 한국만의 딜레마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게 세계적 현상이다. 중국외교는 탐색전에도 능하다. 이렇게 저렇게 상대방을 테스트해보는 것이다. 떠본다고나 할까. 강하게 밀어붙였는데 반응이 약하면 기정사실화해버린다. 

반발하면 뒤로 빠지는, 치고 빠지는 데 능란하다. 미국의 힘이 쇠퇴한다고 느껴지자 미국과 가까운 동맹이나 우방을 밀어붙이면서 의중을 떠본 실례가 적지 않았다. 강하게 나오면 빠지고, 약하게 나오면 더욱 밀어붙이는 외교를 하고 있다. 현재 한·중 간 최대 이슈는 사드배치문제다.

최근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면서 중국이 또 한 번 반발했다. 사드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중국이 패키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한·중 간 이견을 좁힐 방안이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 ‘북한의 핵은 우리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다. 핵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만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밝힌 후 중국을 설득하는 노력을 이어가면 두 나라 간 이견을 좁힐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사드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심지어 러시아와도 맺고 있다. 폴란드,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같은 나라와도 맺은 일반적, 초보적 협정이다. 14개 국가와 약정을 맺었으며 11개 국가와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비슷한 성격의 협약을 다 합치면 40개 국가가 넘는다. 북한의 안보위협을 공유하는 이웃 일본과 협정을 맺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이례적일 정도다. 일반적, 기초적 정보협력협정수준이라는 것이다.

정작 문제의 핵심은 한국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처리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는 외교·안보사안에 대해 정책방향을 결정할 때는 각 부처의 수장이 모여 토론을 벌인 후 토론의 결과물을 대통령에게 올려 결심을 받는 형식이 돼야 하는데, 박근혜 전 정부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 한국은 중국과의 외교에 흔들리는 모습 안 보여야

과거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설명도 하지 않고 결정해버린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사드배치문제, 전작권 환수 연기문제, 개성공단중단문제 등도 어느 날 느닷없이 결정돼버렸다. 일을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국민에게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하면서 정면 돌파해야 하는데, 그렇게 한 사안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외교·안보요직에 있는 분들이 유의할 점은 무엇일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대비태세가 튼튼해야 한다.

아울러 군사 및 안보와 관련해 한·미 간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미행정부와의 소통과 협력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외교활동을 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초당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혼선을 야기하는 발언도 자중해야 한다. 혼란기에 주변국의 압박이나 전술적 공세가 강해질 수 있다. 한국은 중국과의 외교를 함에 있어 흔들리는 모습이나,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 한·중 사드문제 충돌, 피할 묘책은 없나

중국은 사드문제를 계기로 한·미·일 3각 동맹이 되어 중국과 대적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한국의 사드는 8시간 만에 탐지거리 2000km인 전진모드(FBR)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우려를 우리가 몽땅 무시할 바는 아니다. 특히 북 핵 대처를 위해 중국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우리로서는 이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드와 관련해 14억 국민 앞에서 3번이나 배치반대를 천명했다. 한국 정부 역시 “사드배치는 주권적 방어조치”라고 여러 차례 맞받았다. 이대로 가면 수교 25주년이 되는 올해가 충돌과 보복의 최악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 한국인에는 자존심…중국인에는 체면

한·중 간의 외교 갈등을 푸는데 탈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은 자존심이 세고, 중국인은 체면을 중시한다. 이런 국민성을 감안해 서로를 배려하면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드문제는 중국인의 체면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사드배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주권국가인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한국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준다. 

사드운영에 중국의 참관을 허용한다든지,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앞에서는 자존심과 체면을 내세우더라도 뒤에서는 머리를 맞대고 타협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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