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기획보도 제22탄〕 병원들의 장례용품 바가지 상혼의 적폐, 이대로 두고만 볼 일인가?

기사승인 2017.12.08  09:31:33

공유
default_news_ad1

- - 고인을 잃은 슬픔에 젖은 상주는 분노와 허탈감만 커

동방예의지국이라 하는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가족이 사망하면 극진한 예를 갖춰 장례를 치러주는 것이 오랜 전통이며, 장례를 치르면서 돈 문제로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 역시 망자에 대한 예의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장례 문화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장례시장은 연간 5조 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경황없는 유족들을 노린 비뚤어진 바가지 상혼의 적폐가 전국 병원들의 장례식장 곳곳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유족들이 경황없는 틈을 타 터무니없이 높은 장의용품 가격과 물품강매, 끼워 팔기, 장례용품‧음식 값 등 가격도 터무니없는가 하면, 노잣돈 요구 등 횡포 등으로 장삿속을 챙기면서 유족들을 두 번 울리는 장례업자들의 횡포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상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월 6일 한 종합병원 장례식장에서 3일간 모친의 장례를 치른 A씨는 장례식장에서 내놓은 영수증을 받고 깜짝 놀랐다. 뷔페용기 그릇 크기에 담긴 된장국 값이 17만원, 모듬전 17만원, 수육 23만원, 명태포무침 17만원, 김치 5만원, 음료수는 24개 1박스에서 1개만 꺼내 먹어도 1박스 값으로 계산을 했다고 하며, 상을 치르느라 경황이 없고, 망자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중간 정도의 가격대 제품을 선택했는데도 수의 가격은 140만 원, 오동나무 목관은 70만 원이었다고 한다.
 
A씨는 “가장 낮은 가격의 수의를 고르려고 했는데, 더 좋은 수의가 있다고 권하는 바람에 불효자처럼 비춰질까 봐 싼 것을 고르기 어려웠다”고 장례식장의 유도가 있었음을 밝혔다.

이밖에도 책정된 가격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물품은 한둘이 아니었다. 관을 묻고 나서 구덩이 위에 덮는 나뭇조각인 횡대는 25만 원, 관을 묶을 때 쓰는 헝겊인 결관포는 10만 원, 망자의 관직이나 성씨 등을 적은 명정은 8만 원으로 모두 원가에 비하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음식 값이 예상했던 수준을 크게 벗어났다고 한다. 한 끼 식사는 국과 밥만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가격은 1만 원이었고, 반찬과 안주는 모두 따로 구입해야 하며, 음료수나 술 한 병의 가격도 4,000원으로 일반 소매점에 비해서도 두 배가량 차이가 났다고 한다. 사흘간 조문객 200여 명이 왔지만, 식사와 음료수, 안주 등을 포함해 600만 원이 들어간 것을 보고 수량이 제대로 계산된 것인지에 관한 의문도 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입관식 때 노잣돈 명목의 돈을 요구하거나 수십 만 원 어치의 생화를 장례식장에서 구입하게 하는 등 말로만 듣던 장례식장의 횡포도 직접 겪었다고 한다. A씨는 장례식장이 유족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지만, 비용을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은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같아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처럼 장례를 치를 때 유족이 경황이 없다는 점을 노려 바가지를 씌우고 장례비용을 과하게 청구하는 업체의 횡포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수의가 20~430만 원, 목관이 18~150만 원 정도로 판매되고 있지만, 장례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고가장례용품의 원가를 판매가의 20~5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장례시장이 무조건 특정업체의 장의용품이나 음식물, 장의 차량 등을 사용하게 하거나 실제보다 장례비용을 부풀리는 것에 관해서도 끊임없이 문제가 되어왔다. 그러나 당국에서 전수조사를 통한 실태 파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다 관리감독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 같은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장례식장 폭리가 계속 되고 있는 실정이다.

A씨는 “법외의 장사꾼들이다. 이러한 장례식장의 강도짓과도 같은 형태를 바로 잡는 법은 없는지 궁금하다”며, 사진과 가격을 적은 글을 페이스북을 통해 구경한 번 해보라며 올리면서 “고러려니 하면 이런 몹쓸 형태가 계속되기에 여론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병원 내 저렴한 급식, 병원 내 매점의 가격, 병원 내 장례식장의 가격은 우리 실생활에 가장 가까운 적폐다”라고 했고, “타인의 아픔을 이용해 장사하는 것들 죄 받는다”고 했으며, “외부업체는 못 들어오게 하고 마음껏 폭리를 취하는 완전 치외법권이다”라고 댓글을 달았는가 하면 “대한민국 도처에 적폐가 널려 썩어가고 있다”, “고인을 잃은 슬픔에 바가지 상혼이 분노와 허탈을 더 한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장례업계 관계자는 장례식장에 바가지요금이 생기는 이유가 장례식장들이 리베이트를 받고 납품업체나 장의 차량 업체를 지정하는 관행 때문이라며 “이 업체들에게도 일정 부분의 수익을 보장해주다 보니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장례식장들이 장례용품들에 대해 턱없이 높은 폭리를 취해온 것으로 드러나 경찰에 자주 입건되고 있기도 한다. 그런데 현재 행정기관이 장례식장 등을 점검할 때 게시한 가격표대로 받는지 여부와 위생 문제 등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병원 장례식장들의 적폐행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장례식장 등이 ‘부풀려 게시한 가격’을 받아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만큼, 차지에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이같이 폭리를 일삼는 장례문화를 하루빨리 개선하고, 예로부터 내려온 우리 장례문화에 대한 진정한 뜻을 되새길 수 있는 새로운 장례문화 도입이 시급한 시점이다.

특별취재팀 sundaykr@daum.net

<저작권자 © 선데이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ad35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