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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잔칫날 잡아놓고 잔칫집에 기름 붓고 불 지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기사승인 2018.01.23  09: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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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쌍주 주간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잔칫날을 잡아놓고 잔칫집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르고 찬물을 끼얹는 작금의 정치권이나 언론의 형태를 보면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이나 언론이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고, 국민이 정치권이나 언론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형국이 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우리의 잔칫집에 북한이 참가한다고 하니 정치권의 날선 공방이 연일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남북의 분단이 벌써 65년 전 일이다. 두 번이나 세대가 바뀌었다. ‘미워도 한 민족’ 같은 온정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는 세월이다. 

게다가 삼수 끝에 유치한 평창동계올림픽이다. 선진국만 가져갔던 동계올림픽 개최국자격이다. 자부심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 그런데 북한은 무임승차 한 것은 맞다. 상 차릴 땐 나 몰라라 하다가 잔치 직전에 ‘민족의 경사’ 운운하면서 숟가락만 들고 나타난 불청객인 꼴이다. 

이런 얌체 밉상이 없다. 그런데도 정권의 대접이 극진하다. 우리 선수들의 자리마저 그들에게 주라고 한다. 따지고 보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는 보수정권이 해냈다. 그리고 남북단일팀 구성과 지원에 관한 법률도 국회차원에서 이미 통과돼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지금의 새 정권은 또 어떻게 잡게 되었나? 박근혜 정권의 권력남용에 들고 일어난 ‘촛불민심’ 덕이었다. 불공정에 분노한 2030세대의 ‘특권성토’가 폭발력의 큰 축을 이뤘다. 정유라 대입 특혜 발각이 도화선이 되었고, 그들에게 북한은 또 하나의 특권일 뿐이다. 생색에 배은(背恩) 정권이다. 

세상도 각박해졌다. 청년실업이 심각해진 지는 오래됐다. 최상의 스펙을 갖고도 일자리가 없다. 도처에 경쟁자들뿐이다. 원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글로벌 세대에게 민족은 별 의미가 없다. 더욱이 우리 해군의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연평도에 포를 쏘아댄 동족이라면 말이다. 

이는 북한이 냉담을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지난해 북한은 걸핏하면 미사일을 쏘아올리고 핵실험을 하는 통에 한 해 동안 내내 한반도가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잔칫집이 그 모양이니 손님이 선뜻 오려고 하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한때 가족 같던 옆집이 돕지는 못할지언정 방해만 놓은 꼴이었던 것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무슨 꿍꿍이 속셈인지 도우러 오겠다고 한다. 다 차려진 잔칫집 상을 엎진 않을지 미심쩍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니면 제 잇속만 차릴 듯하다. 고작 10명 남짓 선수단에 응원단만 230명에 예술단 140명도 함께 온다. 

이를 두고 보수정치권에선 ‘평양올림픽’으로 만들려 한다는 성토가 무성하다. 기실 보수정치권뿐만이 아니다. 기껏 써놓은 죽을 개한테 줄 수는 없다는 게 일반국민의 대북 정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감정을 추스르고 좀 더 넓고, 길게 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 어쩌면 저들에게 우리가 품어야 할 감정은 분노보다 연민일지도 모를 일이다.
 
헌법상 의무인 통일이후를 내다본다면 북한을 회복불능으로 망가뜨려 우리가 이로울 것도 없다. 미국이나 일본이야 상관없겠지만 우리의 이해관계는 다르다. 평화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합의가 불러온 ‘불공정’ 논란 무마과정에서 부랴부랴 동원되기는 했지만 청와대 논리가 전혀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한반도 평화가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이바지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는 것이다

1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의 (남북) 대화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아무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평창올림픽 덕분에 기적처럼 만들어낸 대화 기회를 평창 이후까지 잘 살려 나가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는 지금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의 길을 여는 소중한 기회를 맞고 있다. 마침 이 시기에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남과 북을 마주 앉을 수 있게 만들어준 덕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남북대화가 한창인 와중에 대화 지속 여부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경각심을 드러낸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그만큼 어렵사리 만들어낸 남북화해의 계기를 잘 살려 한반도 평화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6·25 전쟁 이후 최악으로 무너진 남북관계 속에서, 한반도에 다시 전쟁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상황에서 극적으로 마련된 남북대화”라며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그것을 위한 남북대화는 그 자체로서 매우 의미가 크고, 평창올림픽 성공에도 큰 역할은 물론 우리 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그러나 만약 그것만으로 끝난다면 그 후에 우리가 겪게 될 외교·안보상의 어려움은 가늠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또다시 대화 계기를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대화가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로 이어지게 하고 다양한 대화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해야만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지속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같은 기회를 다시 만들기 어려운 만큼 국민께서는 마치 바람 앞에 촛불을 지키듯이 대화를 지키고 키우는 데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정치권과 언론도 적어도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일 만큼은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북한도 함께 노력해주기 바란다”며, “오랜 단절 끝에 모처럼 마련된 대화여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남북이 함께 역지사지해 나가면서 차근차근 극복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전3기 끝에 유치한 평창동계올림픽이다. 그런데도 30년 전 서울올림픽에 비해 열기가 시들하다. 그때보다 국민과 정부의 일체감도 느슨해 보여 안타깝다. 단지 인기가 덜한 겨울올림픽이라서 더 썰렁한 것일까. 아니다. 복합적 요인이 있겠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가장 큰 냉매로 작용한다고 봐야 하겠다.

그래서 북한이 평창에 대규모 참가단을 보낸다고 하니 일단 다행이다.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도발을 자제할 것이 아닌가. ‘평화올림픽’ 분위기로 국내외 관람객이 늘어나는 붐업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북한의 참가가 평창의 성공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북한 선수단을 반갑게 맞이하되 “우리 민족끼리”라는 감성적 구호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 북한 참가단의 체류비지원은 대승적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라야 한다. 정치적으로 오버할 까닭도 없다.

북한이 선수보다 월등히 많은 예술단 140명과 응원단 230명을 보낸다는 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인 참가단에 드리운 정치적 숨은 복선이 읽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삼지연 관현악단’이 ‘예술’이 아니라 ‘체제선전기술’을 부린다고 해서 우리사회가 무장해제될 만큼 허약하진 않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는 개최국으로서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잔칫집의 잘잘못에 대한 평가는 결국 주인 몫이다. 북한예술단과 ‘미녀응원단’을 환대는 하되, 이들의 교묘한 체제선전활동으로 불거질 남남갈등이라는 후유증은 미리미리 차단해야 할 이유다. 더욱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고 평창을 택한 게 아니라는 사실 또한 유념해야 한다.

혹여 정부가 이를 망각하고 대북제재의 그물을 느슨하게 했다가는 오히려 우리와 동맹관계에 있는 국가들로부터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헌장이 가리키듯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하는 게 옳다. 

과도한 ‘평창의 정치화’를 경계하되, 그동안 남북 간 꽉 막힌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정치권과 언론은 잔칫날을 잡아두고 손님을 초대해놓은 상황에 잔칫집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르거나 찬물을 끼얹는 남남갈등을 야기하는 일은 당장 중단하고 지혜와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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