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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진핑 2기 경제운용 청사진과 우리기업들의 기회와 부담요인은 뭘까?

기사승인 2018.03.03  11: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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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정치이벤트인 3월 3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등 양회 일정이 확정되어 진행됐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2기 경제운용의 청사진을 들여다보고, 우리기업들의 기회와 부담요인을 이길성 조선일보 베이징 특파원이 본 시각을 본보 선데이저널이 소개한다.

매년 3월은 중국의 양회(兩會)시즌이다. 중국의 양대 대의(代議)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이하 전인대)와 정치협상회의(국정자문회의 격·이하 정협)가 열흘 회기로 전체 회의를 연다. 전인대와 정협을 합쳐 6,000명에 육박하는 대표들이 전국 각지에서 베이징에 집결한다.

국가 지도자를 선거로 뽑지 않는 중국에서 양회는 공산당의 의지를 국가의제로 치환하는 정치 이벤트다. 중국 매체들은 모든 이슈를 제쳐두고 양회 보도에 올인 한다. 

양회에 대해 ‘공산당이 결정한 사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거수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한 해 중국경제·사회 운영의 목표와 플랜이 바로 양회에서 제시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인대 개막식(올해는 3월 5일) 때 총리의 업무 보고는 매년 전 세계 언론의 지대한 관심사다. 

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이를 통해 공개되기 때문이다. 1초라도 먼저 중국의 성장률 목표를 타전하려는 세계 주요통신사 기자들의 피 튀기는 속보경쟁은 개막식장인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그런데 올해 양회를 앞두고 예년에 없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는 3월 전인대 개막식에서 공식적인 GDP 성장률 목표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각 지방정부들도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작년보다 줄줄이 내려 잡고 있다. 중앙의 인정을 받기 위해 어떻게든 성장률을 높이려고 수치를 부풀렸다가 들통 나는 지방정부들이 드물지 않은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 ‘질적 성장’에 시동 건 중국

이런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질 높은 성장’이라는 한 마디다. 매년 연말 중국의 새해 경제운용방향을 정하는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지난 12월, 2018년 경제운용의 핵심기조로 ‘질 높은 성장’을 확정했다. 

이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이듬해 전인대에서 공식 발표된다. 중국 당정은 올해 양회의 핵심 키워드가 ‘질 높은 성장’임을 일찌감치 예고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당시 회의에서는 예년과 달리 새해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 증권사들은 “경제성장 방식이 단순 수치의 향상에서 질적 제고, 환경보호, 민생개선 쪽으로 전환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GDP성장률 목표를 중시하는 정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잇 따라 내놓았다.

질적 성장은 19차 당 대회 때 시진핑 주석이 내놓은 개념이다. 당시 3시간 30분에 걸친 업무보고 때 시 주석은 “중국경제는 이제 고속성장 단계에서 고질량(高質量) 발전의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중국사회의 주요 모순은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인민들의 수요와 불충분·불균형한 발전 사이의 모순”이라고 규정했다. 

성장률 올리기에 급급해 빈부격차를 늘리고, 환경을 희생하고, 과잉생산과 금융리스크를 키우는 성장방식으로는 더 이상 공산당에 대한 지지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방정부들의 성장률 목표 하향 움직임에 대해 중국 사회과학원도 “경제성장 방식전환과 구조조정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긍정적으로 풀이했다. 

“과학기술 및 환경보호분야 투자를 경제·사회발전의 중요지표에 포함시키고 GRDP 대비 R&D투자 및 환경투자의 비중을 끌어 올리겠다”는 상하이시 정부의 최근 발표가 이와 같은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속도 내는 개혁·개방

‘질 높은 성장’은 덩샤오핑식 중국특색 사회주의 모델로 40년을 질주해온 중국이 변곡점에 접어들고 있음을 상징하는 말이다. 변화가 시작되는 올해가 시진핑 주석의 집권 2기 첫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작년 당 대회 때 시 주석은 “중국특색 사회주의가 신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덩샤오핑 모델과의 결별을 예고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덩샤오핑이 남긴 또 다른 유산 즉, 개혁·개방은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덩샤오핑의 선언은 지금의 중국을 세계 최대의 중산층을 거느린 G2국가로 만든 탁월한 선택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작년 당 대회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더욱 확고하게 견지해나가겠다”며 “중국 내 자유무역지구에 더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자유무역항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도 해외 기업들에 대해 ‘네거티브 리스트(금지하는 품목만 열거)’ 방식의 시장 진입 규정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전면적인 개방 확대가 올해 양회의 또 하나의 키워드라는 의미다.

● 구조개혁 : 제조 강국의 꿈

마지막으로 시코노믹스(Xiconomics·시진핑 주석의 경제운용 철학)의 핵심인 ‘공급 측면 구조개혁’도 올해 양회에서 변함없이 강조될 전망이다. 지난 연말 경제공작회의는 “2018년에는 공급 측면 구조개혁을 ‘심도 있게’ 추진한다”고 했다. 

‘중점적으로’ 추진한다고 했던 전년보다 한층 힘이 실린 표현이다. 철강, 석탄 분야 등의 구조조정은 가속화하면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산업 등 질 높은 성장을 견인할 새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이 배가될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제조’를 ‘중국혁신’으로, ‘제조대국’이 아닌 ‘제조 강국’으로 중국 제조업의 면모를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중국정부의 의지다.

● 우리 기업의 위기와 기회 요인

한국경제 입장에서 보자면, 양회에서 제시될 중국경제 청사진에는 위기와 기회요소가 혼재돼 있다. 예컨대 질적 성장에 따른 환경규제가 거세지면서 단기적으론 중국진출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오염방지는 오는 2020년 전면 소강사회(소득 1만 달러 안팎의 중진국) 달성을 위해 앞으로 3년간 지속할 ‘3대 공격전’에도 포함됐다. 지난해 베이징과 수도권에선 많은 제조공장들이 이전하거나 문을 닫았다. 

덕분에 베이징의 하늘은 올 겨울 믿기 힘들 만큼 맑아졌다. 경제성장률 하락을 각오한 선택이었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좋은 6.9%였다. 중국정부가 ‘질적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만한 결과였다. 

더구나 지난 5년간 연평균 7.1%씩 성장한 덕분에 2020년까지는 6.2~6.3%씩만 성장해도 소강사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여유로운 입장이다.

반면, 개방 확대는 중국 진출을 노리는 전 세계 기업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다만, 구조개혁을 통해 갈수록 경쟁력이 강해지는 중국 제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개방 확대의 혜택도 오래 누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경제의 구조변화 속에 그들의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를 찾아 이를 선점하려는 노력과 안목도 한국기업들에게 절실하다는 것이다.

조승현 대기자 skycfc@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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