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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우윳값 전세계1위

기사승인 2021.09.20  14: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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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를 먹고 있다

정부 "세계서 가장 비싼 우유" vs 낙농가 "농민 다 죽는다"..우윳값 전쟁

 

“우리나라 소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를 먹고 있다.”(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회장)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포기했다.”(이승호 낙농육우협회 회장)

“개혁과 변화는 서서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문진섭 서울우유 조합장)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시급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

지난 2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최한 낙농산업 발전 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소비자단체와 낙농업계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이 회의는 수요 감소를 반영하지 못하는 원유(原乳·우유의 원재료) 가격 결정 제도와 쿼터제 등을 개편하는 것이 골자였다. 정부가 낙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2013년 도입된 제도를 8년만에 수술대에 올리면서 연 첫 회의였다. 시장 수요는 줄어 우유는 남아도는데,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는 왜곡 현상을 손보고 장기적인 낙농산업 발전 방안을 세우는 것이 이 위원회의 설립 목표다.

 

회의를 생중계하는 유튜브 영상에는 200여명의 시청자가 참여했다. “농민들이 다 죽는다” “현장 상황을 아무 것도 모른채 정부가 독단적으로 밀어붙인다”는 극심한 반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반대로 원유 구입 주체인 유가공업체와 소비자단체는 제도 개편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2026년 미국·EU 유제품 무관세로 온다

 

정부는 연말까지 원유 가격 결정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체계에서 빚어지는 시장 왜곡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원유 가격 결정제도 외에도 개선을 예고한 제도는 ‘쿼터제’다. 정부가 낙농가에 수요량 이상의 생산을 보장해주는 쿼터제는 공급이 줄지 않는 문제를 낳는다.

 

농민들의 반발이 극심하지만 정부는 이번 원유 가격 결정제도를 비롯해 낙농업계를 둘러싼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오는 2026년부터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럽연합(EU)·미국 등에서 들어오는 치즈와 우유에 적용되는 관세도 사라진다.

 

이 때문에 정부는 우리나라 유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원유 가격 결정 제도 개편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은 “낙농이 변화 없이 위축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거듭날 것인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원유 가격은 정부, 소비자, 낙농업계 등이 참여하는 낙농진흥회에서 ‘원유가격 연동제’에 따라 결정된다. 2013년에 도입된 이 제도는 낙농가의 생산비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가격을 정하도록 한다. 2011년 구제역 파동으로 낙농가들이 타격을 입자 정부가 수급 안정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정부가 최소 비용을 보전해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세금 쏟아부어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

 

원유 가격 연동 제도는 수요 변화 등과는 상관없이 원유 가격을 계속 끌어올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무조건 생산비를 보전해주는 방식이어서, 수요가 줄어도 공급을 줄이거나, 생산비를 절감하려는 노력을 요하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국민 한 사람 당 흰 우유 소비량은 매년 줄어, 지난해에는 한 사람당 26.3㎏으로 1999년 24.6㎏ 이후 가장 적었다. 그럼에도 낙농진흥회는 원유 가격을 이달부터 리터(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올렸다. 수요가 줄면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 시장 원리와 관계 없이 원유 가격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김인중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원유 가격 결정제도에 대해 “현재 생산비만을 고려하는 것 외에 원유의 수요와 관련된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며 “현재의 제도가 어떻게 보면 공급과잉을 심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조성형 매일유업 부사장은 “일부 홈쇼핑에서 수입산 멸균유가 리터당 1180원에 판매되고 있다”며 “원유가격은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데, 과연 낙농산업과 유가공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관세가 낮아지고 살균유 수입도 가능한 상황에서 내부에서 싸울 게 아니라 외국과 경쟁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소비자 단체의 여론도 우유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국내 원유 가격은 72.2% 올랐는데, 같은 기간 유럽과 미국은 각각 19.6%, 11.8%에 그쳤다. 뉴질랜드의 경우 2010년부터 10년간 원유 가격이 오히려 4.1% 내려갔다.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회장은 “우리나라 소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를 먹고 있어, 소비자가 싼 가격에 우유를 사 먹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홍연금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본부장은 “우유를 포함한 유제품 소비 증가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세금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소비자는 최고가격의 우유를 먹고 있다”며 “시장수요가 반영되지 않고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낙농진흥회 통한 개편 실패했는데... 낙농가 ”천천히 변화” 주장

 

정부는 지난해에도 원유 가격 결정 제도를 손보려다 실패했다. 농식품부는 실패의 원인을 낙농진흥회를 통해서 제도를 개편하려고 했기 때문으로 보고, 이번에는 직접 나섰다. 농식품부는 “지난 1년간 낙농진흥회를 통해 생산자, 수요자, 전문가, 소비자가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1년간 운영하며 제도 개선을 논의해 왔지만 생산자가 논의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제도 개선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낙농진흥회를 두고 ‘비합리적 구조’라면서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생산자(낙농가)가 반대하면 이사회 개의(開議)가 불가능해 제도 개선 논의를 할 수 없다. 15명의 낙농진흥회 이사 가운데 7명이 생산자측 이사로 구성돼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 3분의 2가 출석해야만 이사회를 개의할 수 있는 정관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1년 간의 제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 없이 시간을 보냈다.

 

농식품부는 현재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낙농진흥회를 통한 제도 개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직접 메스를 대는 것이다. 회의에 참여한 윤성식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도 “20년 전에 만들어진 낙농진흥회 정관이 지금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규정을 과감히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낙농진흥회의 주류를 구성하는 낙농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주도의 제도 개편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변화에 대한 거부 반응을 드러낸 것이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 회장은 “낙농산업 발전 위원회가 산업발전을 위한 것인지, 저해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며 정부가 정책에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문진섭 서울우유 조합장은 “연동제는 괜찮은 제도이며,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면 된다. 개혁과 변화는 서서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맹광렬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 회장도 “조급한 제도 도입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유는 대기업이 개입된 유통구조와 유통마진이 너무 많다.

선데이저널 webmaster@sunday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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