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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집중보도〕 한·미FTA는 재협상이 급선무다

기사승인 2017.05.31  10: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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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미국우선주의’ 통상정책을 표방한 트럼프 美행정부가 출범이후 교역상대국들에 대한 셈법이 달라지고 있다. 올해 1월 ‘미국우선주의’ 통상정책을 표방한 트럼프 美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우려했던 FTA 개정문제가 잠잠한가 싶더니 최근 다시 불거졌다. 

마이크 펜스 美부통령이 지난 4월 18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최 경제인간담회에 참석해 “한‧미 FTA를 개선하겠다”고 밝히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美행정부의 최고위급인사가 공개적으로 한‧미FTA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겨갔던 통상기능을 외교부로 돌려 '외교통상부'로 복원하기로 하면서, 향후 통상현안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복원되는 '외교통상부'가 직면하게 될 대표적인 현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문제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이미 명확한 재협상기조를 밝힌 만큼, 외교당국으로서는 국익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마련해 미국과의 회담에 임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美행정부에 한‧미 FTA의 중요성과 호혜성, 한‧미동맹의 중요성 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FTA 체결이후 미국의 對韓 무역적자 2배 늘어

정부는 펜스 美부통령의 발언이 전면적 개정협상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정부의 기존 경제·통상정책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개선을 반드시 재협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4월 19일 경제 관계 장관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정부가 공식적으로 한‧미 FTA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부 설명대로 펜스 美부통령의 발언을 한미 FTA 개정협상의 본격화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특히, 한국에 진출한 자국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맥락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다만 트럼프 美대통령이 자유무역정책으로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여기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역)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된 만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어 한‧미 FTA도 타깃이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미리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해야 하는 상황마저 부인할 수 없다.

한국정부가 우선해야 할 일은 미국이 개정협상을 요구하는 근거가 취약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펜스 美부통령은 “한‧미 FTA 이후 지난 5년간 미국의 무역적자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미 상품무역수지흑자가 2011년 116억 달러에서 지난해 233억 달러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상품 무역수지 적자 폭 증가가 한‧미FTA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미국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한‧미 FTA가 없었으면, 2015년 기준 440억 달러에 이르렀을 적자가 협정덕분에 283억 달러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한‧미 FTA 때문에 오히려 적자 폭이 줄었다고 분석한 것이다.

● 美 ‘FTA 개선 요구 항목’ 예상해야

미국은 상품무역수지 적자만 강조하고 있지만, 서비스수지에 대한 흑자폭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2011년 한국의 대미서비스수지 적자는 109억 달러였지만, 2015년엔 141억 달러로 늘어났다. 미국이 한국에 비해 서비스업에 강점이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한‧미 FTA 체결 당시부터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아울러 한국정부는 2012년 3월15일 한‧미 FTA 발효를 위해 지금까지 70개가 넘는 법령을 손질했다. 협상당시 미국의 개방요구를 적극 수용하면서, 국내법과 제도를 상당히 뜯어고쳐 미국 기업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다만 한‧미 FTA와 같은 이슈는 통상 주판 속에서만 다뤄지지 않는다. 미국이 북 핵을 포함한 한반도 안보이슈와 이 문제를 연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고위관계자는 “FTA로 인한 무역적자가 아닌 것을 FTA개정을 통해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지만, 트럼프 美행정부도 선거기간 중 해온 얘기가 있는 만큼 안 하고 넘어가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한‧미 FTA의 어떤 부분을 개선하자고 요구해올지 예상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주고받을 항목들에 대한 꼼꼼한 계산을 거쳐 협상 전략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무역대표부가 올해 3월 말 발표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를 살펴보면, 미국은 원산지 검증 원활화, 법률서비스 시장개방, 자동차분야 비관세장벽 등을 언급하고 있다.

원산지 검증 원활화는 한국 관세청의 원산지 검증수준을 완화해달라는 것이다. 한국 관세청은 한‧미 FTA발효 이후 냉동 오렌지주스 수입이 급증하자, 미국업체가 미국산 오렌지를 100% 사용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두고, 2014년 현지조사를 벌였다. 브라질 등 다른 나라의 오렌지가 원료로 섞여 있다는 의심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은 자국이 발행한 품질보증서를 한국 관세청이 신뢰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한국의 법률서비스시장은 한‧미 FTA에 따라 지난 3월 3단계 자유화조치까지 마무리된 상태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로펌이 국내에서 합작법인을 만들 때 지분율과 의결권이 49%로 제한되고 있다. 이를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자동차관련 비관세장벽으로 꼽고 있는 것은 차량연비규제, 수리이력보존에 관한 규제, 대리점이 아닌 독립수리 점에 대한 부품 및 수리정보제공에 대한 규제, 방향지시등 색깔 변경 등이다.

● 미국의 ‘불만’ 대응방안은?

무역장벽보고서뿐 아니라 지난해 3월 당시 오린 해치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이 “한국이 한‧미 FTA의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라며 안호영 주미대사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미국의 ‘불만’을 확인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의 투명성부족, 의약품·의료기기가격에 대한 ‘독립적 검토절차’ 확대 등이다. 독립적 검토절차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약품·의료기기의 가격을 산정한 뒤 제약회사가 가격에 이의를 신청할 경우, 공무원을 배제하고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독립적 기구에서 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는 제도이고, 한‧미 FTA 발효로 국내에 도입됐다.

한국의 약값 결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미국정부와 제약업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신약에 대한 경제성 평가뿐 아니라 건강보험공단과 제약회사 간의 약값 협상 결과도 독립적 검토 대상이 돼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은 “약값 협상결과는 검토대상이 아니다”라며 맞서왔다. 미국무역대표부와 의회가 문제 삼고 있는 내용은 한‧미 FTA의 전면적 개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특히, 한‧미 FTA를 한국이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와 관련된 부분은 협정문 개정사항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향후 미국이 요구할 통상이슈들이 국내에 미칠 영향을 정부와 업계가 충분히 소통하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승현 대기자/총괄사장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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